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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성명]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 성명- [‘트랜스’하게 살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2025-11-20
조회수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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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 성명-

[‘트랜스’하게 살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이다. 오늘은 단순히 슬픈 기억을 되짚는 날이 아니다. 사랑했고, 함께 웃고 울었던 트랜스젠더 친구와 동료, 가족, 연인이 차별과 혐오와 폭력 앞에 스러져 간 것을 아프게 기억하고, 슬픔을 넘어 위로를 나누며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998년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로 목숨을 잃은 리타 헤스터를 기억하며 시작된 이 날, 우리는 슬픔의 무게를 짊어진 채로도 서로의 안녕을 묻고 다음 걸음을 다짐한다.


우리가 추모하는 삶 하나하나에는 차별과 혐오가 가한 상처와 함께 끝나지 않은 투쟁이 선연하다. 이 사회는 여전히 트랜스젠더 개개인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힘들게 만든다. 성별정체성이 지정성별과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와 일터에서 배제되고, 가족에게 외면되며,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공적인 문서에서 성별 정체성을 부정하고, 존재를 지우는 제도적 폭력은 트랜스젠더의 삶을 일상적으로 고립시키고 취약하게 만든다.


자신을 자신이라 부르는 것조차 혐오와 차별에 가로막히는 현실 속에서, 죽음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길이라 내모는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난무한다.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의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평범하게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사람들이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혐오선동은 세계적인 극우화 움직임과 함께 노골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 위해,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에 저항하며, 살아감으로 투쟁한다. 성별정정을 위해 수술을 강요하는 제도의 폭력은 여전히 존재하나,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두드림으로 최근 비수술 성별정정 판례가 늘어가고 있다. 지난 국회의 성별인정법 발의 또한 당사자들의 외침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 거짓 선동과 노골적인 혐오로도,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지울 수 없다. 당연하게도, 하나마다의 삶과 존재라는 것은 지우자고 지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공동체에 가해지는 폭력 앞에,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는 비켜서지 않을 것이다. 실재하는 삶을 지울 수 있다고, 어떤 이들의 죽음은 값쌀 뿐 아니라 보이지도 않을 거라고 믿는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서 숨쉬는 우리를 보며 존엄을 배우라. 매년 돌아오는 오늘을 함께 되새기는 사람들과 연대를 보며 삶의 존엄을 새기라.


우리는 침묵하지 않고 실존하는 삶으로 저항하고 있다. 제도권과 이 사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 말고, 트랜스젠더를 향한 폭력에 반성하고 응답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요구한다. 차별과 혐오에 의한 트랜스젠더의 죽음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존재가 차별 없이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법률은 존재의 존엄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일 것이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초석으로써 지금 당장,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둘째,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법적 성별 정정 절차에 관한 법률 및 제도를 즉각 개선하라. 법적 성별은 성별정체성에 따른 자율적 결정에 따라 인정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의료적 요건이나 사법적 절차를 강요하여 기본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성별정정권을 보장하라.


셋째, 성별이분법 바깥의 존재와 삶이 있음을 직시하라. 공공의 장소는 이제야말로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도 안전한 공간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성별이분법적 공간의 폭력적인 작동방식을 제대로 보라. 여성/남성으로 치환하지 않는 스펙트럼 안의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무수하다. 성별정체성에 있어 여성/남성의 구분으로 몰아넣는 사고방식과, 편견과 혐오로부터 기반한 트랜스젠더 혐오의 재생산을 중단하라.


기억은 망각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투쟁이며, 연대는 차별에 맞서는 가장 굳건한 방패일 것이다. 동시에, 지금을 살아내는 트랜스젠더 존재로의 투쟁은 오늘 우리의 단단한 기반이며, 우리가 멈추지 않을, 계속할 저항의 이유가 될 테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는 오늘도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연대한다. 곁을 떠나간 트랜스젠더들의 빛나는 삶과 일궈낸 저항을 기억하며 그렇기에 더욱, 더 잃지 않고자 할 뿐이다. 모든 약자의 진정한 해방과 존엄의 그 날까지 아픔 속에서 서로를 보듬고, 우리의 존재로 이 사회의 정상성 규범을 부수며, '트랜스한' 삶으로 저항할 것이다.


‘트랜스’인 우리를 자긍한다. 영원히. ‘트랜스’하게 살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2025년 11월 20일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다함께 퀴어로 빛나는 제주>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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