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국제 커밍아웃의 날 기념 성명-
[당신의 곁에 우리가 있다. 우리의 곁에 우리가 있다.]
10월 11일인 오늘은 국제 커밍아웃의 날(International Coming Out Day)이다. 커밍아웃의 날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던 1988년, 미국의 성소수자 당사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로버트 아이히버그(Robert Eichberg)와 진 오리어리(Jean O'Leary)에 의해 창립되었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 내는 것이, 혐오자들의 차별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국제 커밍아웃의 날은 그 이래로 성소수자 가시화 운동의 중요한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사회에서의 커밍아웃 경험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에서의 커밍아웃은 성소수자 당사자 개인의 차원으로만 축소되어 다뤄지고 있다. 커밍아웃 상황에서 당사자가 직면하는 차별과 혐오를 다룰 때, 사회의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의 맥락은 소거되고, 그 장면 한가운데에 오로지 본인과 관계성 있는 누군가의 혐오발언을 견뎌야만 하는 성소수자 당사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가족과 지인을 포함한 어떠한 커뮤니티에서도, 삶과 일터를 비롯한 어떠한 공간에서도 자신 그대로로 존재할 수 없다. 안심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와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에서 발표된 '성소수자 노동자 노동실태 및 정신 건강 연구'는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 4명 중 1명이 우울 증상을 크게 경험함을 결과로 언급하며, 일터 내 차별을 주된 요인으로 지적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고도 하는 '미세 차별'이 성소수자 당사자가 경험하는 일상의 차별에서 가장 만연하다는 점이다.
'미세 차별'이란 겉으로는 아주 사소하거나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소수자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일터에서 구직, 승진, 임금, 업무 배정 등 고용 전반에서 배제되거나 정체성 숨기기를 강요받기도 하며 성소수자를 농담거리로 삼고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는 대화를 이어가는 등의 상황을 예시를 들 수 있다.
당사자가 아니면 눈치채기 어렵기도 한 '미세 차별'은 성소수자 당사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위의 연구에서, '미세 차별'을 경험한 성소수자 당사자 중 30~40%의 비율로 우울 증상을 보였으며, 응답자의 76.4%는 직장에서 성소수자가 아닌 척 했다는 응답을 남겼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이자 하나의 존재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소수자가 겪는 차별의 경험을 개인의 경험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존재를 부정할 뿐 아니라,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을 축소하는 것과 다름없다. 성소수자 당사자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일상을 이어가며 생존 투쟁을 수행하는 어려움을 매 순간 경험하고 있다. 삶과 일터에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고, 내가 나이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겪고도 항의할 수 없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를 보고도 방조한 사회와 일조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일이다.
우리 모두는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을 원하고 말한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사회의 인권 인식 제고와 제도적 차별을 해결함으로써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적어도 성소수자 당사자임을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항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7년에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두를 포용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누군가를 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성소수자 당사자를 향한 혐오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포장될 수 없다. 성소수자 당사자를 향한 차별은 하나의 의견이 될 수 없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사람의 존재 여부는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없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후에 법을 제정하겠다 말 속의 "사회적 합의"가 사실 실재하지 않는 편리한 핑계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무엇이 혐오인지를 알고, 차별 상황에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에 있어, 사회적 합의 따위는 필요치 않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인정하고 직면하는 것만이 실제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것이다.
오늘은 10월 11일 국제 커밍아웃의 날이다.
오늘,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을 요구한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당신의 곁에 있다.
우리는 당신의 너이자, 친구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자, 지인이자, 하나마다의 존엄한 삶이다.
당신의 곁에 우리가 있다. 우리의 곁에 우리가 있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는 언제까지고 소외된 모든 이들과 함께 서, 우리의 곁에서 비켜서지 않는 우리가 될 것이다.
2025년 10월 11일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성명] -국제 커밍아웃의 날 기념 성명-
[당신의 곁에 우리가 있다. 우리의 곁에 우리가 있다.]
10월 11일인 오늘은 국제 커밍아웃의 날(International Coming Out Day)이다. 커밍아웃의 날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던 1988년, 미국의 성소수자 당사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로버트 아이히버그(Robert Eichberg)와 진 오리어리(Jean O'Leary)에 의해 창립되었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 내는 것이, 혐오자들의 차별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국제 커밍아웃의 날은 그 이래로 성소수자 가시화 운동의 중요한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사회에서의 커밍아웃 경험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에서의 커밍아웃은 성소수자 당사자 개인의 차원으로만 축소되어 다뤄지고 있다. 커밍아웃 상황에서 당사자가 직면하는 차별과 혐오를 다룰 때, 사회의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의 맥락은 소거되고, 그 장면 한가운데에 오로지 본인과 관계성 있는 누군가의 혐오발언을 견뎌야만 하는 성소수자 당사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가족과 지인을 포함한 어떠한 커뮤니티에서도, 삶과 일터를 비롯한 어떠한 공간에서도 자신 그대로로 존재할 수 없다. 안심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와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에서 발표된 '성소수자 노동자 노동실태 및 정신 건강 연구'는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 4명 중 1명이 우울 증상을 크게 경험함을 결과로 언급하며, 일터 내 차별을 주된 요인으로 지적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고도 하는 '미세 차별'이 성소수자 당사자가 경험하는 일상의 차별에서 가장 만연하다는 점이다.
'미세 차별'이란 겉으로는 아주 사소하거나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소수자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일터에서 구직, 승진, 임금, 업무 배정 등 고용 전반에서 배제되거나 정체성 숨기기를 강요받기도 하며 성소수자를 농담거리로 삼고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는 대화를 이어가는 등의 상황을 예시를 들 수 있다.
당사자가 아니면 눈치채기 어렵기도 한 '미세 차별'은 성소수자 당사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위의 연구에서, '미세 차별'을 경험한 성소수자 당사자 중 30~40%의 비율로 우울 증상을 보였으며, 응답자의 76.4%는 직장에서 성소수자가 아닌 척 했다는 응답을 남겼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이자 하나의 존재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소수자가 겪는 차별의 경험을 개인의 경험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존재를 부정할 뿐 아니라,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을 축소하는 것과 다름없다. 성소수자 당사자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일상을 이어가며 생존 투쟁을 수행하는 어려움을 매 순간 경험하고 있다. 삶과 일터에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고, 내가 나이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겪고도 항의할 수 없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를 보고도 방조한 사회와 일조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일이다.
우리 모두는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을 원하고 말한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사회의 인권 인식 제고와 제도적 차별을 해결함으로써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적어도 성소수자 당사자임을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항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7년에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두를 포용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누군가를 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성소수자 당사자를 향한 혐오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포장될 수 없다. 성소수자 당사자를 향한 차별은 하나의 의견이 될 수 없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사람의 존재 여부는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없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후에 법을 제정하겠다 말 속의 "사회적 합의"가 사실 실재하지 않는 편리한 핑계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무엇이 혐오인지를 알고, 차별 상황에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에 있어, 사회적 합의 따위는 필요치 않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인정하고 직면하는 것만이 실제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것이다.
오늘은 10월 11일 국제 커밍아웃의 날이다.
오늘,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을 요구한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당신의 곁에 있다.
우리는 당신의 너이자, 친구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자, 지인이자, 하나마다의 존엄한 삶이다.
당신의 곁에 우리가 있다. 우리의 곁에 우리가 있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는 언제까지고 소외된 모든 이들과 함께 서, 우리의 곁에서 비켜서지 않는 우리가 될 것이다.
2025년 10월 11일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